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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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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칼럼] 파괴적 퇴보

페미니스트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사회적 강자인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여성을 남성 지배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외쳐 왔습니다.과거의 페미니스트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억압적인 법과 제도를 개혁해서, 여성을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끌어올리려 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공유하고, 여성도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똑같이 보장받는 사회를 원했습니다.그런데,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다릅니다.지금의 페미니스트는 보다 분명한 원인을 따지지 않고, 당장 통계에 드러난 분배의 격차만 보며, 보이지 않는 여성 혐오를 추론해 버립니다.이런 나쁜 추론을 바탕으로,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통계에 나타나는 남녀 격차의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이는 명백히 퇴보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향한 진보를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퇴보입니다.

과거의 페미니스트는, 모든 사람은 평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기독교적인, 또는 자유주의적인 믿음을 갖고, 불공정한 법과 제도들을 개혁해서,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쟁취하려 했습니다.과거의 페미니스트는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불공정하고 억압적인 사회 제도를 겨냥했습니다.몇몇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문명 사회는 여성들을 새장에 가둬놓고, 권리와 의무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여성은 투표권에서 배제되었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질 수 없었고,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도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었고, 강간을 당해도 사회적 시선 때문에 보호를 요청할 수 없었습니다.과거의 사회는 명백히 여성을 억압했다고 할만 합니다.누군가는 과거 사회가 남성들에게 훨씬 많은 의무를 부과했고, 그래서 더 많은 권리를 보상으로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애초에 남성이 주도하던 사회가 여성에게 의무를 분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아무것도 못하게 가둬놓고,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어딘가 많이 이상합니다.과거의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제도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여성이 남성과 같은 시민권을 공유하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는 것,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공동체의 이익에 헌신하는 것.이것이 과거의 페미니스트가 추구한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과거의 페미니스트에 비하면, 심각하게 퇴보했습니다. 분명 더 과학적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할 방법을 갖고 있을 텐데, 사회학의 발달에 역행하는, 비합리적인 주장과 목표만 내세우고 있습니다.지금의 페미니스트는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는 개연성 없이 여성 차별을 추론해 냅니다.예를 들어,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대기업 임원진에 남성이 여성보다 많으면, 그 결과만 놓고, 한국의 기업 문화에 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추론합니다.그리고 그 해법으로, 여성을 일정 비율까지 의무로 승진시키거나, 남성과 여성을 무조건 같은 비율로 승진시킬 것을 요구합니다.최근에 정의당에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도 이런 시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정의당식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만약 기업이 성 중립적인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했는 데도, 신입 직원 중에 남성이 여성보다 많으면, 아무튼 차별로 간주하겠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 3조 1항 2호 참고)지금의 페미니스트는 소득 격차 문제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합니다.지금의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평균 소득이 남성보다 낮으면, 다른 가능성을 다 배제하고, 일단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증거로 규정해 버립니다.그리고 그 해법으로, 나라가 여성에게 소득을 더 많이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이러한 페미니스트의 해법들은 기존의 정의관, 보편적인 공정성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불공정합니다.

심지어 해외의 페미니스트는, 제설 작업에서도 여성 혐오를 발견합니다.북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는, 눈이 쌓이면 항상 차가 다니는 도로부터 눈을 치워 왔습니다.해외의 페미니스트의 통계 분석에 따르면, 이는 남성에게 더 유리하고, 여성에게 더 불리한, 불평등한 방식입니다.남성은 출근을 위해 주로 차를 이용하는 데에 반해, 여성은 출근에 육아 노동까지 겸하고 있어서, 이동 경로가 다양합니다.시에서 차도부터 제설 작업을 하면, 여성은, 차도의 제설 작업이 끝나는 동안, 눈에 뒤덮인 인도를 이용해야 하며, 그만큼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차도를 이용하며, 제설 작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따라서, 북유럽 작은 도시가 해온 제설 방식은, 불평등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그러나, 과연 저 도시의 제설 방식을 단순히 불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누구도 여성이 차도를 이용하지 못 하게 막은 적도 없고, 누구도 여성이 차를 구매하지 못 하게 막은 적도 없으며, 심지어 남성이 운전하는 차에 운전자 남성만 타고 있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무엇보다, 인도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면, 그건 그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만, 차가 차도에서 미끄러지면, 그야말로 남녀 구분하지 않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그러니, 차도를 먼저 치우는 것은 결국 모두의 안전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셈입니다.그러나,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통계에 어떤 격차가 나타나면, 이를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개연성 없이 규정합니다.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정말로 남녀가 평등하다면, 통계에 나타나는 결과도 완전히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 듯 합니다.지금의 페미니스트는 동등한 시민 자격이 아니라, 통계로 드러나는 경제적, 사회적 격차의 완전한 폐지를 원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결과의 평등이 정당한 상황은 거의 없습니다.인간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기여와 결과가 비례하는, 공정한 상황을 선호합니다.각자가 다른 기여를 했는데, 모두가 같은 결과를 공유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때문에, 기여과 결과의 비례는 언제나 정의의 핵심이었고, 모든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었습니다.그런데, 지금의 페미니스트는 당당하게 불공정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사회 전체를 조별과제의 나쁜 사례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이런 생억지에, 정부가 성인지 예산이나 여성할당제로 부응해 주고 있습니다.이는 자연히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의 핵심 원인입니다.

지금의 페미니즘은 폐쇄적인 부족주의에 빠져서,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법치라는 근대적인 성과를 무너뜨리려는 퇴보 사상에 불과해 졌습니다. 이러한 ‘여성만을 위한 정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과거에, 서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진즉에 노동계급만을 위한 정치를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 했습니다. 결국은 농민이나 소시민과의 연대를 시도해야 했고, 더 나아가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로 전향하고 나서야, 비로소 민주적으로 정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페미니스트도 민주적 집권을 원한다면, 같은 역사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우리는 사회적 분열을 봉합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국민’이라는 더 큰 정체성을 공유해야 합니다.페미니스트가 여성만을 위한 정치를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끝없는 퇴보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이완 사회민주주의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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